본문 바로가기

방탄소년단

박사, 방탄소년단 팬카페서도 범행 대상 물색했다 (김조은)


“박사방을 만든 ‘박사’와 n번방을 만든 ‘갓갓’이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각자의 수법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사’는 ‘갓갓’에게 자신은 ‘방탄소년단’ 팬 카페 회원이나 BJ(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 중에서 범행 대상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의 여성플라자에서 만난 서승희 한국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박사’와 ‘갓갓’이 나눈 대화를 언급하며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서 ‘온라인 그루밍’이 어떻게 도구화됐는지 설명했다. 10~20대 여성이 많은 아이돌 팬 카페 등을 통해 찾은 범행 대상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해줄 것처럼 가장해 접근한 뒤 노출 사진을 받아 협박하는 ‘그루밍’이 ‘박사’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서 대표는 “피해자 중에는 촬영물이 텔레그램에서 거래되는지도 모르고 1대 1 관계라고 생각하는 상태로 그루밍이 지속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성적인 의도를 갖고 온라인 채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길들이고 유인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0월 한국 온라인 그루밍 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관련 개념을 법제화하고 처벌법을 만들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사회에서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이해도는 낮다. 서 대표는 온라인 그루밍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 성착취 피해에 마치 피해자의 잘못도 있는 것처럼 이해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련 개념을 법제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남정탁 기자
서 대표는 “피해자들과 만날 때 간혹 피해자 측 변호사 등이 부모님과 시민단체 관계자들 앞에서 ‘네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피해자를 혼내는 경우가 있다”며 “온라인 그루밍이 범죄의 시작점이라는 관념이 약한 탓에 꼬드김에 넘어가 디지털 성범죄 대상이 된 것도 성폭력 피해가 아닌 ‘여성 청소년의 성적 일탈’로 이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온라인 그루밍을 성폭력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성착취 피해자의 잘못도 있다는 잘못된 이해를 불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이번 디지털 성범죄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온라인 그루밍 단계가 성착취 행위로 규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범죄는 예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착취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입구이자 도구인 온라인 그루밍부터 범죄로 규정해야 이후의 성폭력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 그루밍은 텔레그램처럼 대규모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랜덤채팅방 등에서는 일대일 형식으로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대부분은 방법상 새로운 부분이 있을 뿐,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여성 억압과 착취의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여성의 신체와 성을 거래할 수 있다는 걸 당연시하는 전제가 지금의 잘못된 성착취 문화를 만드는 기저가 되어 왔다”며 “사회 전반에서 여성을 잘못된 방식으로 대해온 것에 대한 성토와 반성이 있어야 아동 대상 성폭력 또한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고소 자료 수집 중이고 재배포 시, 고소 진행합니다